학기를 종업하고 일시귀국한 대학생의 일상은 자못 단조롭다. 만날 사람을 다 만나고 볼일도 다 해결한 뒤로는, 날마다 틈이 있으면 집 근처의 스타벅스를 방문하여 책을 펼치거나, 목전의 연구과제를 진척시키거나, 혹은 대부분의 시간을 무위의 휴식으로 채우며 여가를 보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자리를 잡아 앉고, 주로 방문하는 시간대에 근무하는 「파트너」(스타벅스의 직원)의 접객 태도가 그다지 유쾌한 고객경험을 선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대면으로 주문을 넣고자 공식 앱을 기동하였다. 그리고 화면 속에서 신상품 「에어로카노」를 발견했다.
주저없이 주문~
“에어레이팅을 더해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아메리카노.”
이 문구를 읽고 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류 섭취량을 제한하고자 아메리카노와 무가당 티 종류만을 마시고 있는 나는, 더 많은 선택지를 늘 갈망해왔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에 미세한 공기를 주입하여 두꺼운 질감을 더한 「에어로카노」는 찬 음료로만 제공된다. 과연, 세계 각국에 점포를 전개하고 있는 스타벅스가 이 신상품을 대한민국에 가장 먼저 출시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기술적인 제약 탓인지, 혹은 풍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음료는 차가운 상태로만 제공되고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인 한국에서 이러한 시도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값은 톨 사이즈로 주문하여 원이다.
그 첫인상은?!
우선 비주얼. 흡사 라떼와 같이 묵직한 질감의 거품층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거품층 밑으로도 일반적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비해 색이 옅어보였다. 음료를 받아들고 마주한 첫 모금의 인상은 단연 고소함과 크리미함이다. 입술에 닿는 첫 감촉은 구름처럼 가벼우면서도, 그 뒤를 따라오는 에스프레소의 바디감은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훨씬 선명하게 다가온다.

별도의 유제품이나 부재료 없이도 이토록 부드러운 목넘김을 구현해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입안을 감싸는 미세한 거품은 입자가 고와 마치 고급 버터를 녹여 넣은 듯한 풍미를 선사해주었다. 아메리카노의 쌈싸름한 향미를 둥글게 감싸 보다 은은하고 마시기 편하게 중화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질감이 재미있다! 캐스케이드 스타우트 중에 접근성이 높은 기네스 흑맥주의 질감에 가깝다고 하면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잔 속에서 미세한 거품 입자들이 폭포처럼 아래로 일렁이며 내려앉는 「캐스케이딩」(Cascading) 현상은 흡사 해질녘의 적란운을 상기시켜, 맛과 멋을 다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에어로카노 원년
「에어로카노」는 칼로리 부담 없이도 유제품의 푹신한 질감과 고소한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당분간 나의 스타벅스 루틴에서 가장 빈번하게 주문될 메뉴가 될 듯하다. 한국에서의 성공은 분명해보이는만큼, 머지않아 도쿄의 점포에서도 푹신푹신한 캐스케이딩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훌륭한 커피를 맛보니 평생 배운 적도 없는 이탈리아어가 신통하게 절로 튀어나왔다. Eccellente! 다시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