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일어난 충격적인 개인사다. 모 경영 컨설팅 기업에 비즈니스 컨설턴트직으로 지원하여, 서류선고와 인적성검사, 그룹 디스커션과 네 차례의 개인면접을 거쳐 일본인들과의 경쟁을 뚫고 내내정(内々定)을 받아냈다. 내정식에도 참가했다. 컨설팅이라는 일에 그다지 긍정적인 인상을 품고 있지는 않았지만(실은 지금도 그러하다), 기대 이상의 경제적 보상이 보장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임박한 기술혁명 시대에 관련 분야의 제선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가서 학제(學制) 차이에 따른 졸업시기 문제(고작 개월 차이였다!)로 애초에 모집대상이 아니었음이 뒤늦게 밝혀졌고, 사측의 권고에 따라 내내정을 자진사퇴하게 되었다. 모집공고를 신중하게 읽었음에도 졸업시기 문제를 안일하게 여긴 내게 전적인 책임이 있었기에 더욱 상심이 큰 실책이었다. 이후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틀었지만, 년에 고도인재 포인트 우대제도로 일본 영주권을 취득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큰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내 허무맹랑하면서 장대한 계획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할애토록 하겠다).
한동안 폭음・폭식이 삶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 여파로 체중이 kg 중반에서 kg 후반까지 급증했다. 이래가지고는 안 된다.
인고의 결심
더는 위험하다 싶어서 체중감량을 결심했다. 체중감량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의식적으로 활동량이 제로에 가까운 생활을 보내고 있는 극도의 운동 혐오자로서, 열량 소비량을 늘리는 방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따라서 내가 선택한 길은 열량 섭취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오직 식단으로만 승부를 보기로 했다.
일단
어떤 식단을 짜야 지속가능한 체중감량으로 이어질지 고민하던 중, 예전에 kg으로 대량구매하여 남아돌고 있는 바릴라 호 스파게티를 활용해보기로 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바릴라 5호 스파게티 120g: 열량 kcal, 단백질 g, 지방 g, 탄수화물 g, 식이섬유 g시판 페페론치노 소스: 열량 kcal, 지방 g, 탄수화물 g, 식염상당량 g냉동 시금치 50g: 열량 kcal, 단백질 g, 탄수화물 g, 식이섬유 g, 식염상당량 g냉동 해산물 100g: 열량 kcal, 단백질 g, 지방 g, 탄수화물 g, 식염상당량 g베이컨 50g: 열량 kcal, 단백질 g, 지방 , 탄수화물 g, 식염상당량 g파르미자노 레자노 적당량: 불명
매일이다. 매일 이것을 두 끼 먹으면 대충 kcal 정도 섭취하게 된다. 균형 잡힌 식단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채소가 일단 다 들어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 추측에 기대고 있다. 아무렴 기존 식단보다야 뭘 어떻게 먹어도 훨씬 낫지 않겠는가?
10일차 보고
매일 저렇게 두 끼만 먹은지 열흘이 되었다. 정확히는 딱 두 번 스키야의 치즈규동을 먹었는데, 한 그릇에 kcal 정도라 내가 짠 식단과 열량 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그리고 결과를 보고해보자면 공복 기준 무려 kg이나 빠졌다. 수치상으로는 순풍만범이다. 문제는 정신이다. 단순히 소식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금주도 병행하고 있는 탓이다. 원래 부엌 한구석에 탈리스커 년, 와일드터키, 홍성(紅星) 이과두주가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어디 안 보이는 데로 치워버렸다. 지금까지 용케 안 마시고 배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해야 할지도 큰 문제점이다. 목표 체중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무기한 소식 모드에 돌입한 상태이다. 지금이라도 목표를 정할지 심각하게 고민된다.
소식을 하다 보니 문득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지난 반년 간 진수성찬을 차리고 술을 곁들이며 느긋하게 식사를 하다가, 파스타 한 접시를 만들어 금방 먹어치우는 요즘은 하루가 더 길어진 것 같은 감각이다. 남는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건 빈 접시를 응시하며 인생을 반추하는 것뿐이다.
결론
취업 실패로 정신붕괴하여 폭음・폭식하다가 체중이 급증하여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소식 다이어트에 돌입하니 또다시 정신붕괴중.
내일도 파스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