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대상: TAKEUCHI, Yasunori & SHEN, Yingji. 2025. Chinese Influence on Khitan Expressions of “Coming of Age”. The International Symposium on Mongolian Studies 2025. In Symposium Proceedings—Gǔdiǎn wénxiàn yánjiū & wénhuà yǔ chuánbō yánjiū”: 15–17.
중국 내몽고대학(內蒙古大學) 주최 『2025년 몽골학연구국제학술대회』의 산출물로 간행된 「고전문헌」「문화 및 전파」 연구부문의 논문집에 게재된 다케우치 야스노리(武内康則)와 신영희(申英姬󠄁)의 공저 논문을 읽고 생각한 바를 적는다.
1. 논문의 요지
논문은 「가관」(加冠)이나 「급관」(及冠)과 같은 한문 표현이 거란어에 번역차용된 사례를 중심으로, 한인(漢󠄁人) 문화와 주변지역 사이의 언어・문화적 접촉을 논한다. 특히 거란소자 문헌 『南瞻部洲大遼󠄁國故迪󠄁烈王墓誌文』 제14행을 인용하여 검토의 대상으로 삼는다. 현전하는 거란문자 자료는 묘지명이 대다수를 점하고, 정형화된 형식으로 작성되는 묘지명에 있어서 「나이」 표현은 비교적 의미를 특정하기 용이하다.
(1)
는 《이후》를 의미하고, 는 《나이》의 여위격형, 는 동사어간 - 「이르다[至]」에 부동사 접사가 붙은 형태라는 해석은 기존연구를 통해 분명히 밝혀졌다. 저자는 남은 에 주목하여 거란어에 대한 중국어의 언어・문화적 영향을 탐구한다.
저자는 전후 맥락을 고려하여 (1)에서 묘주(墓主)가 스무 살에 이르렀음을 논증한다. 이는 전통적인 동아시아 사회에서 남성이 성년식을 치르는 연령(세는 나이)과 일치한다. 또한 거란소자 문헌에서 는 중국어 차용어 官, 觀 등을 표기하는 데 쓰였으므로, 동음(同音)인 冠도 표기할 수 있다는 점에 착목한다.
나아가, 전통적인 한인(漢󠄁人)의 남성 성년식에서 행해지는 관례(冠禮)에서 유래하는 환유적 관용표현인 「가관」(加冠)과 「급관」(及冠)의 존재를 지적하고, 이들에 대응되는 거란어의 번역차용 표현이 바로 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의 의미는 선행연구에서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고 보다 상세한 해석은 제시하지 않는다. 논문에서 「부분적 번역차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해당 부분의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2. 논평
2.1. 선행연구 보충
그러나 거란어 동사 əmz-의 의미는 선행연구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된 바 있다. 이 어휘는 大竹(2020)에서 중세 몽골어 emüs-, 몽골 문어 emüs-, 현대 몽골어 ɵms- 《입다, 쓰다》와 동원어로 비정되었다. 따라서 논문에서 인용된 거란소자 문헌의 구절들은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분석될 수 있다.
덧붙여 卽實(2012:20)이 지적한 -“성년하다(lit. 사람이 되다)” 【金39】 역시 한문 표현 「成人」의 직역적 번역차용으로 생각된다.
요나라 이상으로 한인 문화를 수용한 청나라에서 쓰인 만주어에도 유사한 번역차용 표현이 확인된다. 만주어 mahalalaha asihata는 “약관”(弱󠄁冠)을 의미하는데, 동사 mahalala-의 의미는 “(모자를) 쓰다”이므로 거란어 əmz-“입다, 쓰다”와 평행적으로 비교된다.
앞서 논한 만주어와, 이용할 수 있는 언어학적 자료의 대부분이 어휘 대역집 수준에 그치는 여진어를 제외하면, 소위 정복왕조의 지배민족 언어로 몽골어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가관」(加冠)이나 「급관」(及冠)에 해당하는 번역차용 표현은 해당 시기의 몽골어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원나라가 중원을 정복한 북방왕조 가운데 한화를 가장 강력하게 거부한 왕조였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2.3. 역사적 맥락
이러한 한문 유래 표현이 거란문자 자료에서 나타나는 역사적 맥락이 논문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내 나름의 고찰을 덧붙인다.
요나라 지배층은 거란인이 한화(漢󠄁化)될 경우 기풍이 유약해질 것을 우려하여, 일국양제의 구분을 철저히 하기 위해 거란인에 대해서는 상무(尙武)와 사시날발(四時捺鉢)의 풍속을 고집하였다. 그러다가 본디 한인의 영역이었던 연운(燕雲)16주를 넘어 처음으로 요나라 전역에서 공거(貢擧)를 실시하도록 과거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 통화(統和)6년1의 일이다. 이후 11세기에 들어서 유학(儒學)을 기반으로 하는 과거제가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중국적인 유학 문화와 사상이 요나라 내에서 주도적인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다.
11세기 중반 흥종(興宗)과 도종(道󠄁宗) 대에 이르면 유학은 거란 사회에서 더욱 확고한 지위를 점하게 된다. 청녕(淸寧)3년2, 도종은 신하들에게 「君臣同志, 華夷同風」을 주제로 거란이 중화와 대등한 문화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자부하는 시를 짓도록 명하기도 했으며, 이에 응하여 선의황후(宣懿皇后)가 지은 오언율시는 유명하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성년하다(lit. 갓을 쓰다)”라는 한문 유래 표현이 11세기 후반에 새겨진 묘지명에서 적어도 두 차례 나타난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의 존재가 거란인의 성인식(혹은 그에 준하는 통과의례)이 특정 시점에서 관례(冠禮)를 차용하였음을 의미하는지, 혹은 순전히 환유적인 번역차용에 불과한 것인지는 보다 심화된 탐구를 요한다.
3. 결론
많은 선행연구에서 중국어의 영향을 받은 거란어 표현이 지적되어 왔는데, 한문 고전의 내용을 구 단위로 직역한 문구적 번역차용이나 고정적 연어(連󠄀語)가 주된 연구대상이었다. -“성년하다(lit. 갓을 쓰다)”와 같은 문화적 표현이 고전 인용이 아닌 맥락에서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요대(遼󠄁代) 거란인의 한인 문화에 대한 수용 양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볼 수 있겠다.
4. 부기
거란소자 문헌 약어표
迪󠄁: 《南瞻部洲大遼󠄁國故迪󠄁烈王墓誌文》(1092년)
智: 《耶律智先墓誌銘》(1094년)
金: 《金代博州防禦使墓誌銘》(1170년)
참고문헌
SHEN, Yingji. 2025. A Confucian Ethical Framework in the Khitan Language: The Three Cardinal Principles and Five Constant Virtues. 富山国際大学現代社会学部紀要. 18(1). 11–19.